아빠의 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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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산티아고 순례길 16일차 보아디야에서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 까지의 25KM구간

이날 숙박하시는 숙소는 Espiritu Santo라는 숙소입니다. 사실 제가 까리온 지역으로 검색을 했을때 많은 분들이 산타마리아 성당 옆에 있는 수녀님들이 운영하시는 알베르게에 많이 머무시던데, 이곳역시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숙소라고 합니다.  일단 까리온 지역으로 검색을 하다보니 산타마리아 대성당 앞에 있는 빵집이 유명하다는 정보와 다음날 가는 도시( 테라디요스 ) 까지 먹을곳이 거의 없는 구간이기 때문에 미리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 나와 있길래 Dia 마트 위치를 미리 검색해서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 알베르게에는 개별 체크인이기 때문에 식당에 가서 점심을 드시고 산타마리아 성당에 가서 잠시 구경을 한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 될것 같다는 동선을 이야기해 드렸어요.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위치와 미사시간등을 알려드리고 남은돈이 얼마인지 중간정산의 시각 ( 1200유로를 가지고 가셨는데 15일차에 600유로가 남았다고 하니 딱 절반을 사용하셨네요 )

출발하시면서 연락이 왔고 까리온에 도착하셔서 다시 연락이 오셨습니다. 점심은 맥주와 소세지 그리고 컵라면을 드셨고, 저녁은 알베르게에서 여사님들이 밥을 해 드실거라고 와서 같이 먹자고 하셨다고 그걸 드실 예정이라고 하셨어요.

사실 저 연락을 받았을때 여사님들이 장보러 마트 갈때 따라가서 짐도 들어드리고 도와드리라고 이야기 했더니 이미 그분들이 장을 먼저 다 봐오신 상태라고 하셔서 다음부터는 그러자고 얘기 하려고 다짐하셨다고 하네요.

점심을 드셨다고 보내온 사진에 삼겹살과 밥이 살짝 나와 있길래,  삼겹살 구웠냐고 물어보니 순례하는 젊은분들이 음식이 많다고 나누어 주셨다고 해요.  순례길 걸으면서 만난 4분이라고 하던데,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매일 고기를 한끼 이상 드시라고 아빠에게 당부를 하고는 있지만 막상 아빠가 고기 드시는 날이 그리 많지가 않았어요, 대부분 빵과 과일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걷고 계시던데 이날 고기를 드셔서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라요. 특히나 아빠가 크루즈랑 유럽여행 갔을때 한국 분들에게 말을 걸었다가 그분들이 너무 싫어하는 내색을 비춘적이 있어서 그뒤로 아빠도 한국분들에게 가급적 이야기를 안 걸려고 노력하시는데 이분들께 고기를 나눔받으셔서 그게 너무 좋으셨나봐요. ( 혹시라도 그분들이 인터넷을 하실까 해서 인스타그램 및 블로그에도 자세하게 글 썼어요 혹시 까르온 알베르게에서 한국 아저씨에게 고기랑 밥 나눔해 주셨던 분들이 꼭 이 글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그리고 생수를 사셨는데 그게 탄산수라 ( 2병이나 샀는데 2병 다 탄산수라고.. ㅠㅠ ) 그래서 고기 얻어먹었으니 탄산수 먹고 소화시키면 되겠다고 이야기함.

이 알베르게는 침대가 다 1층 침대로만 이루어져 있고, 손빨래해서 빨래도 다 말리고 햇빛도 엄청 잘 들어서 좋다고 하시네요.

점심으러 드셨던 라면은 사실은 현지 마트에서 산 컵라면을 스프는 빼고 라면 끓이듯이 한국 라면스프 넣어서 끓여드셨는데 생각보다 먹을만 했다고 하셨어요. 라면스프는 총 6개를 챙겨가셨는데 아직 3개가 남았다는거 보니 조금씩 아껴서 드시고 계신듯, 내일 가는곳에 무얼 사먹을곳이 없을거 같아 뭔가를 추가로 준비해야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계란을 조금 삶고 과일과 초코렛을 샀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계란 2개정도 삶은줄 알고 몇개 삶았냐고 여쭤보니 10개 삶았다고 해서 빵 터졌음 ㅋㅋㅋ

 

내일 까리온에서 테라디요스 구간은 테라디요스에서 Jaques de molay 알베르게에 머무시는데 이곳이 조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알베르게에서 식사를 예약해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알베르게 도착하자마자 식사 신청을 꼭 하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여사님들이 나누어 주신 밥과 된장국도 맛있게 드시고, 낮잠잤더니 잠이 안온다고 밤 12시에 연락이 왔어요..그래서 제가 잠이 안와도 눈을 감고 있으라고 그러다 보면 잠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 뒤로도 틈틈히 메세지가 온것을 보니 아무래도 잠을 못 주무신듯..

그 와중에 집에 심은 배추가 걱정되셨는지 ( 아무래도 잠을 못자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듯 )  배추 사진 보내달라고 하셔서 배추 사진도 보내드리고 ㅋㅋㅋ  아침은 도너츠 2개와 삶은계란 1개 그리고 사과 1개를 드시고 출발할 예정이라는 메세지가 온 것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십니다.

 

사실 아빠가 알베르게에서 음식을 해 드시면 가장 좋을텐데, 아빠가 해 드실 수 있는건 라면 끓이는것 계란 삶는것 이 두가지에 거의 한정되고 있어요. 고기를 구워 드시면 더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가끔가다 알베르게에서 다른분들이 음식해 드실때 그걸 나눠 주시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런 연락이 오면 저도 모르게 왈칵 하면서 내가 따라갔으면 아빠가 조금은 더 식사를 신경쓸 수 있었을것 같다는 후회가 들기도 하거든요. 다른 분들은 초반에는 살이 빠지다가 중반이 넘어가면 와인에 고기에 이것저것 잘 드셔서 오히려 살이 찌기도 한다는데 현재까지 아빠는 가면 갈 수록 얼굴이 핼쑥해 지고 계셔서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까미노 순례길을 떠나시는 분들은 다른것은 몰라도 꼭 끼니는 잘 챙겨드셨으면 좋겠어요. 몸이 힘든데 배까지 고프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거든요..

 

Buen Camino!!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시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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